"미국 직장인의 57%가 AI가 쓴 글을 자기가 썼다고 속였다"는 이야기가 국내 매체를 타고 퍼졌다. 이 수치 자체는 실재한다. 다만 원 출처를 끝까지 추적한 결과, 이 숫자는 미국 직장인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고 '글을 속였다'는 단일 행동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었다.
화제의 57%는 회계·컨설팅 기업 KPMG와 멜버른대학교가 공동 수행한 직장인 대상 조사에서 나왔다. 조사 대상은 47개국 직장인이며, 멜버른경영대학원(MBS)이 'Trust and AI' 연구의 일환으로 보고서를 공개했다. 우리는 멜버른대 공식 저장소에 등록된 보고서 원문 PDF를 확보했고, KPMG 보도자료와 멜버른대 뉴스룸에 실린 수치와 대조했다. 서로 다른 기관이 내놓은 세 출처에서 수치와 표현이 일치했기에, 이 숫자가 단일 출처에서 퍼진 왜곡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보고서에서 'AI 산출물을 자기 것으로 제시했다'는 응답은 39%다. 여기에 더해 42%는 자신의 AI 사용 자체를 은폐했다고 답했다. 57%는 이 두 항목을 합쳐 '비투명한 AI 사용'으로 집계한 값이다. 즉 "AI가 쓴 글을 내가 썼다고 속였다"는 문장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수치는 57%가 아니라 39%이며, 보도는 두 행동을 하나로 뭉뚱그렸다. 조사 대상 역시 47개국 직장인이지 미국인만이 아니었다.
검증은 1차 자료에서 출발했다. 멜버른대 저장소의 보고서 PDF에서 수치의 정의를 직접 읽고 76쪽 Figure 44의 원본 그래프를 별도로 저장해 두었으며, KPMG 자료 서버의 보도자료와 대학 뉴스룸 글을 함께 걸쳐 수치가 서로 부합하는지 짚었다. 다만 국내 보도가 '美직장인'이라고 한정 표기한 근거는 끝내 찾지 못했다. 관련 외신 원문은 유료 결제와 봇 차단에 막혀 인터넷 아카이브 스냅샷으로 제목과 리드만 확인했고, MBS 연구 페이지는 접근 방어에 걸려 보고서 PDF로 대체 확인했다. KPMG와 멜버른대가 공개한 자료 어디에도 '미국 직장인 57%'라는 수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AI 결과물을 자기 것으로 내놓거나 사용을 숨기는 행동이 직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현상 그 자체는 1차 출처로 뒷받침된다. 그러나 화제가 된 주장은 조사 대상을 47개국 직장인에서 '美직장인'으로 축소했고, 39%와 42%를 합산한 57%를 '글을 속였다'는 단일 행동 수치로 바꿔 전달했다. 원 자료와 보도가 이 두 지점에서 어긋났으므로, 이 주장은 부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