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그중 8할가까이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설문 결과가 최근 포털 뉴스 제목으로 확산됐다. 숫자 자체는 실재하는 조사에서 나왔지만, 그 조사가 어떤 성격인지는 제목 뒤에 가려져 있다. 우리는 공개된 자료와 공식 통계, 국내외 유사 조사를 대조하며 이 수치가 걸어온 길을 짚었다.
수치의 출처는 클라우드 업체 AWS가 조사기관 스트랜드파트너스에 의뢰해 수행한 국내 기업 대상 설문이다. 결과는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됐고, "한국 기업 58%가 AI 활용, 81%는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문구로 여러 매체 보도에 실렸으며 '韓 기업 58%가 AI 활용…81%는 생산성 높였다'라는 헤드라인으로 다시 퍼졌다.
같은 시기 국내 조사들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R&D 보유 기업 1,479곳을 조사한 결과 AI 활용 기업은 45.6%였고, 전사적(全社的) 활용까지 이른 기업은 14.1%에 그쳤다. 공식 통계가 집계한 2024년 기준 AI 활용 기업 비중은 9.2%다. 조사마다 모집단과 'AI 활용'의 정의가 달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58%'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국내 AI 확산 수준을 읽으면 실제보다 넓어 보일 여지가 크다.
'81%'에도 조건이 붙는다. 이는 생산성 향상을 측정한 값이 아니라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며, 국가데이터처의 패널 분석은 AI 도입과 생산성 향상 사이를 통계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해외 조사에서도 유사한 괴리가 나타난다. 맥킨지가 97개국 1,719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The state of AI in 2026'에서 생산성 향상을 체감한다는 응답은 80%였으나, 영업이익(EBIT) 기여를 보고했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체감 수치와 실제 재무 성과는 별개라는 신호다.
우리는 AWS 한국 블로그, aboutamazon 언론센터, 스트랜드파트너스 홈페이지, 웹아카이브를 차례로 뒤졌지만 보고서 원문 PDF는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설문 문항, 'AI 활용'의 정의 범위, 응답자 모집단 규모를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결국 지금까지 공개된 수치는 전부 간담회 발표 내용을 전달한 2차 자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의뢰한 AWS는 이 조사의 이해당사자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리하면 두 수치는 실제 조사 결과를 왜곡 없이 옮겼지만, 이해당사자 의뢰의 자기보고 설문이라는 성격, 공식 통계(9.2%)와 약 6배 벌어진 활용률, 측정치가 아닌 체감 응답이라는 한계를 종합하면 이 주장은 부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