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도 속슬도 던졌다'…개미들, 반도체株 대탈출." 이 헤드라인이 머니투데이에서 시작해 에너지경제신문 등으로 옮겨 실리면서, 개미투자자들이 반도체를 통째로 털어냈다는 걱정이 커졌다. 우리는 거래 데이터를 직접 다시 세어 이번 매도의 규모와 성격, 그리고 '탈출'이라는 표현의 무게를 따져 봤다.
이런 서사는 처음이 아니다. 매일경제는 2024년 7월 7일자로 "'9만전자 됐고' 동학개미 K반도체 엑소더스"라는 기사를 냈고, 아카이브에 그대로 남아 있다. 반도체 강세 국면이 이어질 때마다 '개미 대량 이탈'이 헤드라인으로 소환되는 패턴이므로, 이번 주장의 숫자가 어디까지 들어맞는지는 별도로 헤아려 볼 필요가 있었다.
한국거래소 계열 공개 데이터에서 투자자별 일별 순매수를 확보해 직접 재계산했고, 그 수치가 통신사 기사와 여러 매체 보도 사이에서 모순 없이 일치하는지 겹쳐 확인했다. 결과는 이렇다. 개인은 9월 들어 9거래일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약 13조원을 순매했고, 두 종목을 동시에 순매도로 돌린 것은 5개월 만이었다. 헤드라인의 뼈대 숫자는 여기까지 들어맞았다.
첫째, 규모다. 직전 4개월(5~8월)간 개인이 이 두 종목에 쌓아 올린 순매수는 삼성전자 33.5조원, SK하이닉스 41.1조원 등 합계 약 74조원이다. 9월의 13조원은 그 6분의 1 남짓으로, 포지션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매수를 줄이다 일부 되판 차익실현 수준이다. 둘째, 범위다. 이탈은 국내 두 종목에 한정됐고, 미국 반도체 쪽으로는 개인 자금이 오히려 들어갔다. 해당 헤드라인의 본문에도 처음부터 "모든 위험자산을 팔아치운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이 따라 나왔다. 셋째, 결과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8.24% 올랐고, 개인 매물은 기타법인의 순매수가 받아냈다. 기타법인 매수세를 자사주 매입으로 읽는 해석이 매체에 나왔으나, 그 근거 확인은 아래의 한계에 걸린다.
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의 직접 조회는 인증 요구에 막혔고,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의 서학개미 통계는 로그인 창을 넘을 수 없었으며, 전자공시시스템 검색도 결과를 반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국내 반도체 순매도 1억3100만달러, 미국 반도체 레버리지 ETF SOXL 관련 6억7700만달러 같은 달러 단위 수치는 통신사와 매체 간 수치 일치만 확인했을 뿐 원장 대조까지는 가지 못했다. 기타법인 순매수가 자사주 매입인지 여부도 공시 원문이 아닌 보도에 의존했고, '역대급 매도'라는 수식어의 진위는 이번 검증 범위 밖이었다.
요약하면, 개인이 5개월 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동시 순매도로 전환해 9거래일간 약 13조원을 판 것이라는 뼈대는 재계산과 교차 확인으로 단단히 뒷받침된다. 반면 '대탈출'이라는 그림은 74조원짜리 포지션의 6분의 1을 되돌린 차익실현, 국내 두 종목에 한정된 조정, 그리고 주가가 오른 시장 흐름과는 맞지 않는 과장이다. 뼈대는 정확하고 외피가 부풀려진 셈이어서, 이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라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