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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발행 2026-09-13 16:28

미·중 갈등기 한국 반도체·전자, 제3국 경유 연계 비중 2배 이상 확대 — 한은 분석

미·중 기술갈등이 길어지면서 한국 반도체가 베트남 등 제3국을 거쳐 미국과 중국으로 흘러간다는 분석이 최근 업계와 언론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3국을 거친 수출 비중이 늘었다"는 이 진단이 어디까지 들어맞는지, 우리는 한국은행 보고서 원문과 KIEP 연구, 세계은행·CEPR 자료를 직접 대조했다.

수치가 가리키는 것: 늘어난 것은 '아세안 경유'

검증은 1차 자료 대조로 진행했다. 한국은행 보고서의 본문과 각주 12·14, KIEP 연구보고서 21-28(2021), 세계은행 워킹페이퍼 10593, CEPR VoxEU 칼럼을 원문 수준에서 확인했고, 이 주장을 전한 2차 보도들은 모두 같은 한은 출처로 거슬러 올라가 독립적 근거로는 삼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OECD 국가간산업연관표(ICIO)를 기반으로 분석한 2016~2022년 동안 한국 무역에서 중국과의 직접 연계 비중은 73.1%에서 72.4%로 크게 움직이지 않았고, 제3국을 거치는 간접 연계 전체 비중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변화는 구성에서 일어났다. 반도체·전자에 해당하는 C26(컴퓨터·전자·광학기기) 분류에서 제3국 경유 연계 비중은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었고, 2022년에는 중국을 경유하는 비중을 넘어섰다. 반면 C26에서 중국과 아세안을 합한 비중은 36.4%에서 35.6%로 거의 그대로였다. 즉 경유 수요 자체의 팽창이라기보다 경유지가 중국에서 아세안, 특히 베트남 쪽으로 이동한 것이 확대의 핵심이었다.

이 구조의 배경도 자료에 남아 있다. KIEP 연구보고서 21-28은 2020년 한국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이 43.2%, 홍콩이 18.3%, 베트남이 9.6%를 차지한다고 기록했고, 중국이 패키징(조립·검사) 거점 역할을 한다는 그림을 제시했다. 한은 보고서 주석14는 "직접교역 디커플링은 교역국 공급망을 통한 간접 연계를 심화"라고 진단했다. 방향은 국제연구와도 겹친다. CEPR VoxEU 칼럼과 세계은행 워킹페이퍼 10593은 미·중 직접교역의 축소가 제3국 경유 무역으로 대체되는 패턴을 다뤘다. 한은 주석에는 2025년 대베트남 반도체 수출이 247억 달러로 전체의 40%에 이른다는 수치도 적혀 있다.

표제와 자료 사이에 남은 물음

자료는 방향을 뒷받침하지만, 흔히 쓰인 "수출 비중"이라는 표현과 한은 수치는 다른 개념이다. 한은 수치는 통관 기준 수출액의 수출지 비중이 아니라 ICIO 기반 부가가치 연계 비중이며, '반도체'로 읽히는 항목 역시 컴퓨터·전자·광학기기를 아우르는 C26 광의 분류다. 분석은 2022년까지로 끝나 이후의 변동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우회수출의 식별 문제다. 한은 스스로 주석12에서 "ICIO상 국가·산업 평균 구조이므로 실제 우회수출 여부는 식별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을 통한 우회수출 증가'라는 강한 해석은 이 자료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2025년 베트남 수출 247억 달러·40% 수치 역시 한은 주석 단일 출처로, 우리가 별도로 교차확인한 통계는 없었다.

결론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2016~2022년 사이 한국 반도체·전자의 제3국 경유 부가가치 연계 비중이 두 배 이상 확대됐고, 경유지의 축이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옮겨갔으며, 이 방향은 KIEP의 수출 구조와 국제연구의 흐름과도 부합한다. 다만 수치가 부가가치 연계 기준이라는 점, 같은 기간 중국 경유는 오히려 줄었다는 점, 분석이 2022년에서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다.

검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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