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취업과 연계된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에 지원이 쏠렸다는 주장이 이번 수시 시즌 화제가 됐다. 우리가 관련 집계와 공시 자료를 대조한 결과, 5개 대학 6개 학과의 지원자 수와 평균 경쟁률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은 확인됐다. 다만 '대기업 보장'에는 채용 요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취업난 때문'이라는 인과는 집계 기관의 해석 수준에 머물렀다.
검증은 세 축으로 진행했다. 국가데이터처의 고용통계 원발표치 대조, 한양대 반도체공학부와 성균관대 계약학과 입학 안내 페이지의 선발 구조 확인, 그리고 대입정보 공시와 입시학원 집계의 교차 읽기가 그것이다.
종로학원이 집계한 이번 학년도 수시 결과에서 반도체 계약학과로 불리는 5개 대학 6개 학과(모집 210명)의 평균 경쟁률은 28.53 대 1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고치였던 2022학년도 28.30 대 1을 넘어선 수치지만, 그 해는 3개 대학만 집계 대상이었고 격차도 0.23 포인트에 불과했다. 지원자 수 기준으로는 이번 시즌이 역대 최대였다.
대학별로는 편차가 컸다. 논술전형으로 지원이 집중된 서강대 학과는 297.67 대 1을 찍으며 전체 평균을 크게 끌어올렸다. 반면 연세대는 지원자가 12명(1.5%) 줄어 경쟁률 10.85 대 1로 다섯 곳 가운데 최저였다.
국가데이터처가 9월 9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 고용률은 44.1%로 1년 전보다 1.0%p 하락하며 28개월 연속 내렸다. 청년 취업자는 46개월째 감소 중이고, 5.4%를 기록한 청년 실업률은 같은 달 기준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같은 시기 SKY 대학 의예과 지원자는 368명(11.3%) 감소해, 반도체 계약학과로의 이동이 절대적 증가만이 아니라 상대적 쏠림이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한양대 반도체공학부는 모집 단위 명칭 자체를 '채용조건형'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이 구조에서 졸업 후 해당 기업 취업으로 이어지려면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합격했다고 무조건 대기업에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화제가 된 헤드라인의 '대기업 보장'은 이 조건을 생략한 표현에 가깝다.
집계를 낸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취업난 속에서 대기업 반도체 계약학과 선호도가 큰 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수치를 반도체 산업 호황의 결과로 읽는 해석도 함께 제기됐다. 어느 쪽이든 지원자 동기를 직접 실증한 조사에 기반한 것이 아니어서, '취업난 → 쏠림'이라는 인과는 전문가 추정의 영역에 있다.
정리하면 지원자 사상 최대와 평균 경쟁률 28.53 대 1 같은 핵심 수치는 집계와 공시로 확인되고, '보장' 구조가 조건부라는 점도 명확하다. 이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다. 다만 취업난이라는 인과는 해석의 영역이며, '보장'을 무조건적 약속으로 읽는 것은 확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