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메모리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상청 차세대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 사업이 두 가지 지적으로 공방에 올랐다. 사업 가액이 당초 예상가의 6배로 뛰었다는 것, 도입이 1년 반가량 밀렸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메모리 가격과 환율이라는 시장 요인을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는 기상청이 공개한 사업 계획과 변경 경위, 나라장터 입찰 공고 기록, 국정감사 질의·답변을 날짜 순으로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먼저 일정부터 보면, 기상청의 원래 계획은 2025년 계약, 2026년 말 구축 완료, 2027년 병행 운용이었고 초기분 장비는 2026년 3월 운용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5년 8월 공개된 자료에서는 6호기 도입이 "2027년까지"로 밀려 있었고, 같은 해 가을 국정감사에서 기상청장은 "현재 2차 공고를 게시 중이며, 입찰자가 선정되면 내년(2026년) 여름께 초기분을 도입하고 최종분은 2027년"이라고 답했다. 1년 전에도 이미 원계획보다 뒤처져 있었다는 뜻이다. 그 뒤로도 목표는 다시 밀려 현재 변경 계획상 초기분 운용 시점은 2027년 9월이다. 원계획의 2026년 3월과 비교하면 18개월, 곧 1년 6개월이고, 최종분 기준으로 잡으면 격차는 1년 8개월로 벌어진다.
2027년 예산안에 반영된 도입 가액은 4,981.5억원이다. 당초 예상가는 6분의 1로 계산되는 약 830억원 수준이었다. 단, 이 금액은 계약이 성사된 돈이 아니라 예산을 상정한 가액이며 실제 계약가는 입찰에서 정해진다. 가액이 이만큼 커진 배경에 대해 기상청은 메모리 가격과 환율을 꼽는다.
이 설명을 가늠할 방법은 통계다. 한국은행이 2026년 7월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서 D램 수출가격은 1년 새 270.3% 올랐고, 반도체 수출 전체가 급등했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메모리 수급을 압박하는 국면에서 'AI발 메모리값'이라는 원인 규명은 공식 통계와 어긋나지 않는다. 헤드라인만 훑으면 기상청 부실 탓으로 읽힐 수 있으나, 기관 설명과 통계가 함께 가리키는 방향은 시장 요인 쪽이다.
예산이 2,929억원에서 4,483억원으로 증액돼 2025년 5월 HPE와 3,825억원 규모로 계약, 2026년 12월 가동을 앞둔 과기정통부·KISTI의 국가슈퍼컴 6호기 '한강'은 별개 사업이다. '6호기'라는 명칭이 겹쳐 혼동이 잦은데, 이번에 가액이 늘고 일정이 밀린 것은 기상청 슈퍼컴 사업이다.
나라장터 입찰 상세 공고(R26BK01577101-001)는 접속 차단으로 예정가격과 일정 원문을 대지 못했고, 입찰공고 조회용 공공데이터 OpenAPI도 인증 문제로 열지 못했다. 기상청이 2024년 10월에 낸 보도설명자료는 원문 열람에 실패했고 웹 기록 보관소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6배'의 분자인 4,981.5억원 역시 국회에 제출된 자료 원문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수치라, 원문 대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남는다.
그럼에도 골격은 단단하다. 도입 지연은 기상청 계획 공개 자료와 국감 답변 등 서로 독립적인 출처들이 겹치게 뒷받침하고, '1년 반'은 초기분 기준이라는 단서와 '6배'는 예산 상정 가액이라는 단서만 붙이면 산술 그대로다. 원문 채증이 부분적으로 막혀 있고 분자 수치가 단일 출처에 기대는 점을 감안하면, 이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다.